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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영양제를 매일 꾸준히 챙겨 먹는데도 기대만큼 큰 효과를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단순히 '나에게 안 맞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뒤에는 우리 몸의 장기인 간(Liver)이 수행하는 매우 철저한 생화학적 방어 메커니즘이 숨어 있습니다.

생화학에서는 이를 '초회 통과 효과(First-Pass Effect)' 또는 '첫 통과 대사'라고 부릅니다. 영양제와 약물이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결정짓는 이 핵심 원리를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1. 우리가 먹은 영양제의 실제 이동 경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양제를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입을 통해 섭취합니다. 섭취된 영양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체내를 이동합니다.

  1. 위 및 소장: 캡슐이나 정제가 녹으면서 성분이 붕해 및 방출·용해되고, 소장 세포를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됩니다.
  2. 간문맥(Hepatic Portal Vein): 소장에서 흡수한 영양소와 모든 물질은 일반 전신 혈관으로 바로 가지 않고, '간문맥'이라는 특별한 혈관을 따라 먼저 '간'으로 직행합니다.
  3. 간(Liver) 처리 공장: 간은 들어온 물질을 검사하고, 분해하고, 해독합니다.
  4. 전신 혈액 순환: 간을 무사히 통과한 성분만이 비로소 전신으로 퍼져 필요한 장기와 세포에 도달합니다.

즉, 입으로 먹는 모든 영양소와 약물은 전신으로 퍼지기 전에 반드시 '간'이라는 검문소를 제일 먼저 통과해야 합니다.


2. '초회 통과 효과(First-Pass Effect)'의 정의

'초회 통과 효과'란, 경구(입)로 섭취한 영양제나 약물이 간을 처음 통과하는 과정에서 간 효소에 의해 상당량이 분해되거나 대사되어, 실제 전신 혈액으로 들어가는 유효 성분의 양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간은 우리 몸의 가장 강력한 '해독 기관'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성분을 잠재적 위험 물질로 인식하거나, 간세포의 약물대사효소(CYP450 계열 효소 등)를 사용해 화학 구조를 변형시킵니다.

  • 예시: 어떤 영양제 성분 100mg을 먹었을 때,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들어간 뒤 간 효소에 의해 70mg이 분해·변형되고 단 30mg만 전신 혈액으로 방출된다면, 이 성분의 초회 통과 효과는 매우 높고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은 30%에 불과한 것입니다.

3. 영양제 제형과 섭취 방식에 숨겨진 생화학적 원리

초회 통과 효과를 이해하면, 왜 시중에 판매되는 영양제나 의약품의 형태와 먹는 방법이 저마다 다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① 혀 아래 녹여 먹는 '설하정(Sublingual)'

심혈관 질환 구급약인 니트로글리세린이나 일부 비타민 B12 제형처럼 간에서 손실되기 쉬운 약물·영양소는 혀 아래 점막으로 녹여 섭취하도록 만들어집니다. 혀 아래 점막의 미세혈관으로 흡수된 성분은 간문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전신 혈액 순환으로 들어가므로 초회 통과 효과를 우회할 수 있습니다.

② 주사제(영양 수액)의 높은 효과

병원에서 맞는 비타민 영양 주사나 수액이 알약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내는 이유 역시, 혈관에 직접 투여하여 간의 초회 통과 대사를 완전히 스킵(Skip)하고 100% 전신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③ 리포좀(Liposomal) 제형 기술

비타민 C와 같이 위장관 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영양소나 강황의 항산화 성분인 커큐민처럼 입자가 크고 지용성이어서 경구 흡수율이 1% 미만으로 극히 낮은 영양소에 '리포좀' 기술을 적용합니다. 영양소 입자를 우리 몸의 세포막과 구조가 같은 인지질 이중층으로 둘러싸면, 위장관 및 간에서의 조기분해를 막고 세포막을 통한 친화적 흡수율(생체 이용률)을 크게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4. 정리하며: 건강한 간과 영양제 선택

간의 초회 통과 효과는 영양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장애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독성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인체의 필수적인 방어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무작정 함량이 높은 영양제를 고르기보다는, 내가 먹는 영양소의 체내 대사 경로와 생체 이용률(흡수율)을 고려한 스마트한 제형 선택이 훨씬 중요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대사 과정을 돕고 영양제의 효과를 극대화해 주는 '효소', '조효소(Coenzyme)'와 미네랄의 역할에 대해 생화학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