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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운동하는 근육이 인슐린의 도움 없이도 포도당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운동을 했는데 왜 혈당이 내려갈까?).

그렇다면 운동하지 않고 휴식할 때는 어떨까요?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근육과 지방조직의 포도당 흡수를 촉진하고, 간에서는 포도당 생산을 억제하여 혈당 조절을 돕습니다.

그런데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같은 양의 인슐린에 대한 조직의 반응이 감소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근육, 지방조직, 간에서는 각각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 [그림 설명]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사람의 근육, 간 및 지방조직에서 일어나는 현상

1. 근육 — 인슐린이 수용체에 결합해도 신호가 약해진다

골격근은 식사 후 혈액 속 포도당을 흡수하는 중요한 조직입니다. 정상적인 근육에서는 인슐린이 세포막의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포 내부로 신호가 전달됩니다.

인슐린 수용체 → IRS → PI3K → Akt → GLUT4의 세포막 이동

GLUT4는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운반하는 수송체이며 인슐린 신호에 의해 GLUT4가 세포막으로 이동하면 혈액 속 포도당이 근육 안으로 들어옵니다. 근육에 들어온 포도당은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글리코겐으로 저장됩니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이 신호전달 과정의 효율이 떨어집니다.

인슐린이 수용체에 정상적으로 결합하더라도 IRS, PI3K, Akt 등 세포 내부의 신호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며 그 결과 GLUT4의 세포막 이동이 감소하고, 인슐린 자극에 의한 포도당 흡수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2.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면 왜 인슐린 신호가 약해질까?

지방은 원래 지방조직에 저장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과잉과 지방 대사 이상이 지속되면 지방 저장이 주된 기능이 아닌 근육이나 간 같은 조직에도 지질이 축적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소성 지방 축적(Ectopic Fat Accumulation)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성지방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라 지방산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특정 지질 중간대사산물이 인슐린 신호전달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물질이 디아실글리세롤(DAG)과 세라마이드(Ceramide)입니다.

DAG는 특정 단백질인산화효소(PKC)를 활성화하여 인슐린 신호전달을 약화시키고 세라마이드는 근육세포에서 Akt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경로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Akt의 작용이 약해지면 인슐린에 의한 GLUT4 이동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전은 조직과 지질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모든 인슐린 저항성을 하나의 경로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피부에 좋은 세라마이드가 근육에서는 문제를 일으킨다고?

화장품에서 세라마이드는 피부 보습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피부 각질층의 세라마이드는 세포 사이의 지질 장벽을 형성하여 수분 손실을 막아 줍니다.

그런데 근육이나 간세포 내부에 특정 세라마이드가 과도하게 축적되면 인슐린 신호전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세라마이드라도 존재하는 조직, 분자 구조, 축적량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라마이드 자체가 나쁜 물질이라는 뜻은 아니며 피부에 바르는 세라마이드 화장품이 근육이나 간에 세라마이드를 축적시킨다는 의미도 아니므로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3. 지방조직 — 인슐린이 지방분해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한다

지방조직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인슐린은 지방세포에서 중성지방이 분해되는 과정, 즉 지방분해를 억제합니다. 하지만 지방조직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지방분해 억제 작용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혈액으로 방출되는 유리지방산과 글리세롤이 증가할 수 있으며 방출된 지방산은 간과 근육으로 이동하여 이소성 지방 축적과 지질 대사 이상에 기여합니다.

또한 지방조직에서는 아디포넥틴과 같은 호르몬성 물질도 분비됩니다. 아디포넥틴은 인슐린 감수성과 지방산 대사에 관여하며, 세라마이드 대사를 조절하는 작용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비만과 지방조직 기능 이상이 동반되면 이러한 조절 작용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지방조직의 인슐린 저항성은 지방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과 간의 대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4. 간 — 인슐린이 있어도 포도당 생산이 계속된다

근육에서 인슐린의 중요한 역할은 포도당 흡수를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반면 간에서는 인슐린이 간의 포도당 생산과 방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간은 식사 전에는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글리코겐을 분해(글리코겐 분해과정)하거나 젖산, 글리세롤 등의 재료를 이용해 포도당을 새로 만듭니다(당 신생합성).

정상적으로 식사 후 인슐린이 증가하면 간의 포도당 생산은 억제됩니다.

하지만 간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이 억제 작용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 인슐린이 존재하는데도 간에서 포도당이 계속 생산·방출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근육과 간의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근육은 인슐린에 반응하는 GLUT4를 이용하지만, 간은 주로 GLUT2를 통해 포도당을 이동시킵니다.

간의 인슐린 저항성은 GLUT2라는 포도당 통로가 닫히는 문제가 아니라, 간의 포도당 생산을 조절하는 인슐린 작용이 약해지는 문제입니다.

지방간과 인슐린 저항성은 어떤 관계일까?

간으로 유입되는 지방산이 증가하거나 간의 지방 합성이 많아지고, 지방산 산화와 중성지방 수출이 이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면 간에 중성지방이 축적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이라고 불렀으며 최근에는 대사기능 이상과 관련된 지방간질환을 MASLD(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라고 부릅니다.

간의 지방 축적은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간에 저장된 중성지방 자체가 언제나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특정 지질 중간대사산물과 세포 내 신호전달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간에서는 인슐린의 포도당 생산 억제 작용이 약해져도 지방 합성이 계속 활발하게 일어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때는 영양 상태, 고인슐린혈증, 지방산 유입 등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5. 인슐린 저항성은 세 조직이 서로 연결된 문제!

지금까지 살펴본 인슐린 저항성이 조직에 미치는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근육: 인슐린 신호전달 약화 → 포도당 흡수 감소
  • 지방조직: 지방분해 억제 작용 약화 → 유리지방산 방출 증가
  • 간: 포도당 생산 억제 작용 약화 → 포도당 생산·방출 증가 가능

이 변화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줍니다.

특히 지방조직에서 방출된 지방산이 근육과 간의 지질 대사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인슐린이 잘 작용하지 않는다면 혈당은 곧바로 올라갈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에는 인슐린 저항성을 보완하려는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 췌장의 베타세포가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도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와, 그 보상 능력이 저하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주요 참고 문헌 (References)

  1. Samuel, V. T., & Shulman, G. I. (2012). Mechanisms of Fatty Acid-Induced Insulin Resistance (인슐린 저항성의 메커니즘: 공통점과 잃어버린 고리). Cell, 148(5), 852–871. https://doi.org/10.1016/j.cell.2012.02.017
  2. Czech, M. P. (2017). Insulin action and resistance in obesity and type 2 diabetes (비만과 제2형 당뇨 환자에서의 인슐린 작용과 저항성). Nat. Med., 23(7), 804–814. https://doi.org/10.1038/nm.4350
  3. Petersen, M. C., & Shulman, G. I. (2018). Mechanisms of Insulin Action and Insulin Resistance (인슐린 작용과 인슐린 저항성의 메커니즘). Physiol. Rev., 98(4), 2133–2223. https://doi.org/10.1152/physrev.00063.2017